어느덧 5월 2주차가 시작되었다. 이번 주 동안에는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각 마을에서 주민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가 열린다. 5월 8일 점심은 같이 일하는 주사님과 함께 금일보건지소가 있는 화목리 마을회관에서 먹게 되었다.
간단한 식사인줄 알고 갔는데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생선과 나중에 추가된 소고기 등의 메인 요리도 정말 맛있었지만, 전복을 포함한 해산물 반찬들이 일품이었다. 이런 행사를 1년에 한 번만 한다는게 정말 아쉬웠다.
이전부터 주사님 권유로 보건지소 옆 공공도서관에서 하는 하모니카 수업을 들을까 벼르다가 이번 월요일 저녁에 참여하게 되었다. 선생님과 다른 수강생분들께서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중간에 들어갔음에도 편한 분위기에서 배울 수 있었고, 당분간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연습용 하모니카를 사용하기로 했다.
하모니카가 불기 쉬운 악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불어보니 깔끔한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모니카를 부는 방법에는 혀를 쓰지 않고 입술만 오므려서 부는 퍼커 주법과 여러 구멍을 물고 혀로 일부분을 막아 특정 구멍으로만 부는 텅블록 주법이 있다. 텅블록이 소리가 더 풍성하여 일반적인 하모니카 주법으로 많이 쓰이는데, 난이도가 있어 초반엔 퍼커 주법으로 연습했다. 우선 깔끔한 소리를 내는 연습, 그리고 음계 위치의 감을 익히는 연습을 했다. 피아노처럼 도레미파솔라시도가 항상 순서대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치를 잘 익혀놓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이 마무리될 쯤엔 소리는 아직 덜 깔끔했지만 '학교종'과 '작은 별' 같은 간단한 곡은 불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하니 신선하고 배우며 실력을 늘리는 재미가 있었다. 아쉽게도 수업은 일주일에 월 수 두번만 열려서, 그 사이 기간 동안 스스로 연습을 꾸준히 해야할 것 같다.
다음 날에는 주사님께서 살아있는 낙지 3마리를 구해오셨다. 잡히자마자 바로 온 낙지답게 꿈뜰거리는 움직임이 에너지가 넘쳤다. 작별인사를 하고 바로 요리를 해서 먹었더니 역시 신선한 맛이 최고였다 ㅎㅎ 가끔씩 이렇게 보건지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음식을 먹는것도 소소한 행복인 것 같다. (음식이 맛있어서 일단 행복)
오후에는 저번 주에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았던 술이 안전하게 도착했다. 서울의 밤이라는 술을 예전에 접해보고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꼭 다시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셔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저녁에는 내일의 하모니카 수업을 대비해서 하모니카 연습을 빡세게 달렸다. 아직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사실 선생님께 빌린 하모니카가 만원 대의 매우 저렴한 하모니카라 소리가 예쁘게 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5만원 어치의 새로운 하모니카를 선생님 통해서 새로 구하기로 했다.
수요일엔 하모니카 수업을 듣고나서 오랜만에 스마트모니터로 영화랑 축구를 시청했다.
예전에 예고편을 보고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던 클로버필드 10번지를 아껴두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좀 아쉬웠지만 흥미로운 설정과 결말 전까지의 스릴러 덕분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4시에 하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시청했다. 내가 응원하는 맨체스터 시티라는 팀의 경기여서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새벽에 깨서 모니터를 켰다. 의대생이나 인턴을 할 때는 공부량이나 업무량 때문에 새벽 4시에 깨서 축구를 보는게 부담이 많이 됐는데, 요즘은 근무 외 시간엔 그런 부담이 없어 자유롭게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좋은 것 같다. 결과는 1대1로 결말은 아쉽지만 경기 자체가 너무 재밌게 흘러가서 새벽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본 게 후회스럽지 않았다 ㅎㅎ
5월 11일 목요일 점심에도 다른 마을의 마을회관에서 어버이날 기념 행사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궁항리라는 평일도 오른쪽 끝부분에 위치한 마을이었는데, 가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드라이브하면서 가는 길의 오션뷰가 최고였다. 이곳도 역시나 식사가 매우 푸짐한 진수성찬이었다. 특히 고기가 맛있어서 앞에 있는 고기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 나왔다. 아주 만족스러운 행사였던 것 같다 ㅎㅎ
5월 11일 점심에는 오랜만?에 대정가든에서 공보의 친구들과 삼겹살이랑 생고기를 흡입했다. 이전까지 대정가든에서 고기 외의 메뉴만 먹어보다가 고기를 도전했는데, 고기도 역시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삼겹살로 배에 기름칠하고 적당히 배부를 때쯤 입에서 살살 녹는 생고기로 마무리했다. 역시 금요일엔 고기를 든든하게 먹는게 최고인 것 같다.
내일인 토요일에는 금일 다시마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주최 장소인 보건지소 바로 뒤에 있는 공터에서 축제 부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열지 않아서 몇 년만에 열리는 축제라고 하는데 그만큼 주변 분들도 기대를 하고 계셨다. 나는 보건지소에서 의료지원팀으로 참여하게 되어서 축제를 가까이서 직접 보며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었던 금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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