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드디어 공보의 근무 시작 후 처음으로 섬을 떠나 육지로 가는 날이다. 훈련소 수료 후 썩은 사랑니를 진단받았는데 일정 때문에 발치를 미루다가 한 달이 되어서야 사랑니를 뽑으러 나가게 되었다. 병가를 쓰고 진료받았었던 서울에 있는 치과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섬을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서울까지 가는 길의 여정은 다음고 같다.
관사~평일도 일정항: 차로 5~10분
평일도 일정항~약산 당목항: 배로 15분 (3800원)
당목항~광주 유스퀘어 버스터미널: 시외버스로 2시간 42분 -> 하루 3번(8시, 10시20분, 15시30분)만 운행 (19100원)
광주 버스터미널~서울 센트럴시티 고속버스터미널: 3시간 20분 (우등 29300원)
고속버스터미널~집: 대중교통으로 20분
서울에 그나마 일찍 도착하려면 당목항에서 8시에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야해서 아침일찍 나와야 한다. 위의 일정을 중간에 환승하며 대기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총 8시간 쯤 걸리고, 교통 비용도 배와 버스 티켓 비용만 해도 편도로 52000원이 넘는 비싸고 힘든 대장정인 것이다. 어쨋든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우선 자차로 7시10분에 출발해서 일정항에 도착 후 7시 반에 출발하는 배에 탑승했다. 그냥 타면 3800원 가량 나오고, 차가 있으면 1만원 대의 운송비를 더 내고 선적할 수 있다. 배의 1층에는 차를 주차하는 공간이 있고, 2층에 탑승객이 쉴 수 있는 선실이 있다. 선실은 공간이 꽤 넓고 쾌적해서 불편하지 않게 갈 수 있다.
그래도 선실 안에 있기엔 심심해서 갑판에서 바람을 쐬며 바다를 구경했다. 배가 흔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바람이 꽤 강하게 불기 때문에 갑판에서 돌아다닐 때 조심하도록 신경써야 했다. 날씨가 좋아 바람도 시원하고 풍경도 좋아서 도착할때까지 갑판에서 바다를 감상했다 ㅎㅎ
15분의 항해 후 드디어 당목항에 내렸다. 섬으로 떠난 이후 처음으로 육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첫 발을 내디뎠을 때의 상쾌함을 뒤로 하고, 바로 8시에 출발하는 광주 유스퀘어행 시외버스를 타야했다. 8시 출발 버스를 놓치면 다음 출발 시각인 10시 20분까지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이 버스만큼은 놓치면 안 되는 일정이다. 버스에 몸을 싣고 2시간 반쯤 지나서 10시 반에 광주 유스퀘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행 버스는 넉넉하게 40분 후로 잡고, 버스터미널 옆에 신세계백화점이 있어서 백화점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전라남도에서 목포와 나주를 기준으로 아랫쪽, 순천과 여수를 기준으로 왼쪽의 지역에는 아예 스타벅스가 없다(맥도날드, 버거킹 등의 해외브랜드도 마찬가지). 그래서 생일선물로 스타벅스 쿠폰을 받아도 이렇게 서울을 가는 경우 아니면 사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원래부터 스타벅스에서 즐겨 마셨기 때문에 한 달만에 먹는 스타벅스 커피의 맛은 너무나 달콤했다(아이스 아메리카노였음). 유동인구가 많아서 자리도 겨우 잡았지만, 그 붐비는 분위기마저도 반가웠다. 그렇게 커피와 내 최애 샌드위치 메뉴인 햄&루꼴라 올리브 샌드위치를 흡입하고 11시 20분에 서울행 고속버스에 탑승했다.
고속버스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자면 3시간 20분도 금방 지나갔다.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는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도착한 날 푹 쉬고 다음 날 원래 다니던 치과가 있는 은평구에 가서 사랑니를 뽑았다.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은평구 구파발 쪽에 살았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6년 사이에 정말 많이 변해있었다. 중학교 3학년부터 5년 동안 지냈던 동네라 그런지 다시 오니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랑 구파발 아웃백에서 점심을 배부르게 해결하고 오후 2시 쯤 드디어 사랑니를 뽑았다. 문제의 사랑니는 오른쪽 아래에 있었는데, 영상을 찍어보니 신기하게도 왼쪽 아래에는 사랑니가 아예 없었다. 위쪽 사랑니는 얌전히 잠복해 있어서 결국 사랑니 한 개만 뽑게 되었다. 마취가 잘 돼서 그런지 뽑고 나서 피가 계속 나긴 했지만 통증은 거의 없었고, 2시간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멎어서 식사하는 데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저녁은 은평 성모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친구랑 먹었다. 마침 회를 섬에서 거의 못 먹어보기도 했고 사랑니 안뽑은 쪽으로 먹기 그나마 수월한 음식을 찾다보니 은평 롯데몰에 있는 갓덴스시를 가게 되었다. 여러 종류의 스시를 맛있게 흡입하고, 2차로는 서울대입구 쪽에 있는 '사담'이라는 카페에 갔다. 원래는 브런치 카페인데 루프탑이 잘 꾸며져있어 밤에 가니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작년에 서로 다른 병원에서 인턴할 때도 자주 봤었고 이번에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도 만나서 놀았었는데도, 그 사이에 훈련소랑 섬 생활을 겪어서 그런지 할 얘기가 많아서 밤 11시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헤어졌다.
그 다음 날은 어린이날이었는데, 시간이 비는 친구들이 많아서 같이 용산 CGV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도 보고, 후라토 식당이라는 일식당에서 야끼니꾸 스타일의 소고기 구이도 먹었다. 역시 내가 일식을 좋아해서 그런지 계속 일식 위주로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이틀을 정신없게 놀다보니 어느새 완도로 복귀하는 날이 되어있었다. 사랑니는 다행히 발치한 날 밤 사이에 피가 좀 난 것 말고는 통증도 거의 없이 잘 아물었다.
광주 버스터미널에서 당목항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8시랑 12시에만 운행하기 때문에, 12시 버스를 타려면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다.
돌아오는 날은 날씨가 흐리고 쌀쌀했다. 알고보니 내가 섬을 나간 다음날부터 복귀하는 날 하루 전까지 폭풍우가 몰아쳤다고 한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땐 비가 오거나 안개가 심하진 않아서 배가 결항되지는 않았다. 평일도까지 내려오는데도 마찬가지로 8시간이 걸리다보니 도착하고나서도 지쳐서 거의 쉬다가 끝났던 것 같다. 확실히 서울까지의 교통이 단점인게 느껴졌다.
사실 배에 차를 후진으로 선적시키는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몇 달전에 당목항에서 차가 바다에 빠지는 사고도 있었기에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으로 다닐 생각이었는데 한 번 갔다와보니 앞으로는 차를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서울에서의 행복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새 평일도에서의 4주차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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