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저녁, 4월의 마지막 밤은 공보의 친구들과 치킨을 먹으며 마무리했다. 저녁에 배 타고 일정항으로 들어온 공보의 친구를 차로 픽업하면서, 보건지소와 가까워서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치킨집인 '요미요미'를 들렀다.
치킨만 파는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치킨 외에도 피자, 족발도 있었고 사이드 메뉴랑 안주 메뉴도 종류가 다양했다. 우선 후라이드와 간장 치킨 반반과 고추똥집튀김을 시켜서 먹었다. 간장 치킨 매니아로서 간장 치킨이 맛있어서 매우 만족한 식사였다. 치킨도 맛있는데 메뉴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거리가 걸어서 2~3분 거리로 매우 가까워서 앞으로도 자주 방문할 것 같다 ㅎㅎ 이렇게 4월의 마지막 밤을 다같이 간단한 치맥으로 마무리하며 5월의 첫 날을 맞게 되었다.
5월 1일 첫날, 3주차가 되고 어느덧 업무에 적응하여 일처리도 첫 주에 비해 능숙해졌다. 첫 주와 같이 간단한 경증 환자의 문진이나 만성 질환 환자의 주기적 문진 및 약물 처방, 간단한 드레싱 처치, 예방접종 예진이 대부분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실 섬 의과 공보의의 주된 단점 중 하나가 응급 환자를 봐야한다는 점이고, 의대나 인턴을 갓 마치고 임상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온 공보의가 백업을 봐주는 사람 없이 진료부터 처치, 주변 의료기관으로의 이송까지 혼자 담당하기에 소위 빡센 면이 없지않아 있다. 이송을 해야할 경우 가까운 육지의 해양 경찰이나 닥터 헬기를 부르고 해당 의료기관까지 환자를 인계해야 하는데, 응급 상황일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혼자 환자를 케어하며 환자의 건강을 걱정하는 동시에 혹여나 실수를 하여 (또는 실수를 하지 않더라도) 면허를 잃을까봐 노심초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언제 생길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다행히 금일도에선 금일의원이 응급의료를 담당하여 중증 환자를 혼자 봐야한다는 부담도 거의 없고, 위의 부담감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금일도에서의 근무에 크게 만족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점심에는 주사 선생님께서 싱싱하고 커다란 전복을 구해오셔서 맛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전복 중에서 크기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옆에서 전복이 조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전복 손질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전복을 초장에 찍어먹으니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평일도에 오고나서 생각보다 해산물 먹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자주 먹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먹으니 감격스러움까지 더해졌다.
근무 후 저녁에는 금일고등학교에 있는 체육 시설에서 헬스를 했다. 주민들이 무료로 사용 가능한데, 쾌적하고 시설도 좋아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덤벨의 중량이 좀 부족하긴 했지만 필요한 헬스 기구들은 다 갖춰져있었다. 인바디 기계도 있어서 운동 전에 측정해봤는데, 훈련소 나온 직후보다 체지방이 3kg나 줄어있었다. 아무래도 섬에 들어오면서 외식도 적게 하고 균형적인 식사를 챙겨먹으려고 신경썼던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금~일요일 동안은 열지 않는게 아쉽지만, 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에 최대한 자주 운동하러 다녀야겠다.
5월 2일 화요일에는 전입신고를 했다. 꼭 전입신고를 할 필요는 없긴 하지만, 주소지를 완도로 바꿀 경우 뱃값 등 완도 내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당장 본래 살던 곳에서 주택 청약을 할 계획 등이 아니라면 전입신고 하는 것도 추천할만한 선택지이다.
점심에는 근처 양꼬치 집에서 공보의 친구들과 금일의원 전문의 공보의 선생님과 식사를 했다. 슈웅양꼬치라는 당인데, 섬에 양꼬치 집이 있다는게 신기하고 중국식이 그립기도 하여 가보게 되었다.
인원에 맞게 양꼬치를 시키고 이베리코 모듬세트랑 꿔바로우를 시켰다. 가격은 서울에서 갔던 양꼬치 집들과 거의 비슷했는데, 이구동성으로 더 맛있고 양도 더 풍족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남은 배는 이베리코 모듬세트로 배에 기름칠도 하고 꿔바로우로 마무리했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좋으셔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왜 이렇게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식당이 많은지..ㅋㅋ
평일도로 오면서 식사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와보니 서울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잘먹고 다니는 것 같다. 근처에 치킨집 2곳과 양꼬치집이 있는 환경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오히려 걱정이 된다 ^^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만족감은 포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에는 멀리 있는 식당들도 탐험해봐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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