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보의로 일하고 있는 완도군에서는 평생교육이 활성화되어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금일읍에서는 일부만 진행되기는 하지만, 평생교육 설문조사를 하면서 완도읍에서 열리는 강좌의 다양한 종류를 보고 정말 놀랐을 정도였다. 사실 금일읍에 하모니카 강좌가 있는 것도 정말 신기했는데 완도읍에는 국궁, 노르딕워킹, 댄스스포츠, 우쿨렐레, 캘리그래피 등 무려 140개가 넘는 강좌가 개설되었다고 한다. 😮
아무래도 지방이라 취미 생활에 대한 접근성이 서울에 비해 많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많은 주민분들께서 평생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며 취미를 계발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완도군이 평생교육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작년에는 장려상을 받았다는데, 이번 해에 투자를 많이 해서 강좌랑 참여율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12월 8일에 제10회 완도군 평생학습 예술제가 개최되어 하모니카 팀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ㅎㅎ
하모니카 강좌는 완도읍과 내가 살고 있는 금일읍에서 열리는데, 공연은 합동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공연곡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첨밀밀'로 정해져서 후반기 수업 때는 거의 두 곡만 연습한 것 같다. 사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상반기 수업 때부터 많이 불어봤던 곡이라 어렵지 않았고 거의 외워서 불 수 있을 정도였고, '첨밀밀'은 여러 개였는데 생각보다 곡의 느낌을 살리면서 잘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반기 수업은 8번이라 부족하게 느껴졌는데, 수업 때 다같이 열심히 해서 그래도 마지막 수업 때는 합이 꽤 맞춰진 것 같다.
공연 직전 월요일이 하모니카 마지막 수업이였는데, 종강을 기념하여 하모니카 주민분 집에서 2번째 식사 만찬을 가졌다. 저번 여름에 초대받았을 때도 정말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는데, 이번에도 상다리가 무너질 정도의 양을 준비해주셨다.🥹 특히 도토리묵의 맛이 완전 일품이였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하모니카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하며 종강을 하게 되었다. 공연을 앞두고 설레면서도 종강하니 너무 아쉬운 느낌이였다 ㅠㅠ
드디어 하모니카 공연 당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하모니카반 주민분들과 함께 완도읍에 있는 완도군 생활문화센터까지 운전해서 완도읍 하모니카반 분들과 합류했다. 완도읍에서는 12분께서 참여하셨는데, 하모니카 선생님께서 금일읍에 하모니카를 그렇게 잘 부는 젊은 공보의 선생님이 있다고 평소에 자랑을 많이 하셨다며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셨다...ㅋㅋㅋ 같이 리허설을 하면서 완도읍 주민분들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중 한 분께서는 내가 기타도 취미로 친다고 했더니 나랑 꼭 기타도 연주해보고 싶다고, 정말 멋지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리허설 도중에는 나에게 단독 연주도 시키셨다 ㅎㅎ 갑자기 칭찬을 많이 받아서 좀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점심에는 완도읍 하모니카반 분들의 배려로 완도해왕갈비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다. 예전에 공보의 첫 날 완도보건의료원에서 직무교육을 받을 때 방문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식당인데, 역시 이번에도 만족스러웠다. 식사 후에 공연 복장의 화룡점정을 담당하는 사슴뿔 머리띠..를 받아 착용했다. 나를 포함한 남성 분들이 부끄러워하며 어떤 분께서는 착용 거부를 하려고 하셨으나... 결국 모두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고 머리띠를 착용당한 후 행사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근엄하고 진지한 아우라를 내뿜던 분들께서도 사슴뿔 머리띠를 쓰고 하모니카를 부시니까 바로 귀여운 이미지로 변신하시는 것이 너무 웃겼던 것 같다. 😂
하모니카 공연은 행사 개회 선언, 축사 등의 시작 행사 이후 앞부분에 배정이 되어있어 개회식 이후에 거의 바로 준비를 해야했다. 그런데 딱 공연 준비하려고 관람석에서 나가려는 그 순간! 당연히 기대도 하지 않고 주머니에 쑤셔넣었던 내 경품 추첨권의 숫자가 불리는 것이 아닌가. 사실 머리 털나고 행사 경품 추첨에서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었는데, 내 숫자가 불리는 느낌을 이제서야 맛보다니.. 경품이 보조배터리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신나는 마음 겨우 억누르고 재빨리 공연대기실로 달려갔다.
막상 무대에 서니 자신감이 있었는데도 좀 떨렸던 것 같다. 위치도 센터인데다가, 나를 포함한 일부는 추가로 손에 작은 마이크를 달고 연주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공연은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ㅎㅎ 금일읍에서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다같이 코드,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로 나눠서 부니까 곡의 분위기가 풍성한 느낌이 났다. 마지막엔 나의 구호를 따라 다같이 "미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고 손을 흔들며 인사면서 마무리했다.
끝나고 나서는 하모니카반 멤버끼리 카페에서 뒷풀이를 하기로 했는데, 나는 서울행 KTX를 타러가야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로 떠나야했다.
그리고 내 공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클라리넷과 난타, 댄스스포츠 등 다른 공연도 몇 개 보게 되었는데, 실력도 다들 정말 수준급이였고 그 분야에 대한 열정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적지 않았고 일도 병행하면서 연습해오셨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무엇인가를 연습해서 공연을 한 것은 처음이라 오랜만에 설레고 재미있었던 경험이였다. 4월에 우연히 보건지소 직원분의 손에 이끌려 하모니카를 배우기 시작해서 연말에 공연 무대에까지 서게 되다니.. 꾸준히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8개월 동안의 공보의로서의 삶에 있어서, 취미를 새로 계발하여 연습하며 실력을 키우는 과정 자체가 큰 활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평일도 섬 안에 드럼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정보를 접수하여 드럼도 새로 배워보려고 계획 중이다.ㅎㅎ 평소 막연하게 배워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악기인데, 새로운 취미를 또 만들 생각에 벌써 설레는 것 같다.
서울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이지만, 우리 삶에 있어서 취미 생활은 필수적인 것 같다. 실력을 늘리기 위한 동기부여도 되고 꾸준히 연습하며 삶의 활력도 생기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활력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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