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어느새 근무 시작 후 4일차가 되었다. 어느덧 보건지소 주사 선생님들과도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근무지도 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ㅎㅎ
점심은 의과 주사 선생님께서 한턱 쏘셔서 보건지소 바로 뒤에 있는 김가네에서 식사했다. 주문이 불가한 메뉴가 한두개 있었지만 대부분의 메뉴랑 가격은 육지와 비슷했다. 새우가 땡기던 참이라 빠에야새우볶음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근무 후 6시쯤 지역 주민에게 오픈된 헬스장이 있다고 하는 금일고등학교로 향했다. 작년에 금일고등학교에 실내체육시설을 완공했다는 뉴스를 봐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보건지소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그렇게 고등학교로 들어갔는데... 귀여운 생명체 하나가 나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왔다.
평일도에 오고나서 여러 강아지와 고양이는 여럿 마주쳤지만, 좀만 다가가면 도망가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바로 도망가겠지, 하고 심드렁하게 다가갔는데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와서 당황스러웠다.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다리에 몸을 부비면서 쓰다듬는 것까지 허락해주었다.
귀엽고 적극적인 냥이와 1시간 정도 놀다보니 헬스를 하겠다는 계획은 어느새 물거품이 된채 해가 지고 있었다. 그렇게 이 냥이와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셀카를 찍은 뒤 작별하게 되었다...ㅋㅋㅋ
관사에 돌아와보니 바지에 털이 수북히 붙어있어 닦아내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글을 올리는 지금도 저 귀여운 냥이가 너무 기억에 남는다.
또 보고 싶네.. 요즘은 어디있니 ㅠㅠ
금일고등학교를 갔다오는 길에 보건지소 바로 옆에 있는 공공도서관에 잠시 들렀다. 생각보다 시설이 크고 깔끔했고, 책도 많이 비치되어 있었다. 1,2층이 책이 비치된 도서관과 휴게 시설, 3층이 음악, 미술 등을 배울 수 있는 문화배움터였다. 이렇게 좋은 시설의 도서관이 바로 옆에 있다니... 꼭 자주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오면서 한의과 주사선생님을 만났는데, 하모니카 수업을 듣고 나오시는 길이라고 하시면서 시간될 때 같이 배우자고 하셨다. 저녁마다 3층 문화배움터에서 요일별로 하모니카 수업, 서예 수업, 캘리그래피 수업 등이 열린다고 한다. 평소에 음악이랑 악기 연주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는 하모니카를 배울 수 있는 상황이 와도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것 같은데, 섬에 들어오고 나니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나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섬에서도 할 수 있는게 많은 것 같다. 서울에서 고등학생, 재수생, 의대생과 인턴으로 보낸 11년 동안 바쁘게 달려오며 놓쳤던 것들을 해볼 생각에 벌써 기대가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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